[Music Museum -조대안 기자] 1978년 그랜드레코드공사에서 발매된 히식스(He6) 오리지널 멤버의 사진이 실린 게이트폴드 초반이다. 커버 앞면에는 스트라이프 셔츠에 흰바지 세련된 차림으로 덕수궁 석조전 계단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6명의 멤버들 사진을 넣고 뒷면에는 수트를 차려 입고 각자의 악기를 든 멤버들의 개인 사진과 학력까지 기재하여 히파이브에서 이어지는 깔끔하고 말쑥한 이미지로 당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접혀있는(게이트폴드) 커버를 열면 왼쪽에는 연주하는 히식스의 흑백사진이 오른쪽에는 앨범의 목차와 가사가 나와 있다.
이 음반 A면은 창작곡으로, B면은 리메이크/커버(또는 번안곡)로 채워졌다. A면에는 번안곡을 하나도 담지 않아 히파이브(He5) 시절에 비해 눈에 띄게 창작곡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초원」을 부른 히파이브에서 이어진 계보임을 확인시켜주는 빅 히트곡 「초원의 사랑」과 「말하라 사랑이 어떻게 왔는가를」을 비롯해 향후 진로에 이정표 역할을 한 록 버전 「울릉도 타령」과 「황성 옛터」 그밖에 생동감 넘치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B면은 당시 라이브 무대에서 곧잘 연주했던 레퍼토리들인데, C.C.R, 산타나(Santana) 등 1970년대 초의 영미에서 인기있던 록 밴드들의 곡은 물론, 뮤지컬 [헤어(Hair)]의 수록곡인 “Aquarius(Let the Sun Shine)”, 그리고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 같은 인기 팝송 등이 망라되어 있다. 비록 커버곡들이지만, 해석과 연주가 상당히 탁월하여 오리지널과 비교해도 수준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히식스는 이 한 장의 음반을 통해 상업성과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밴드 사운드에 대한 공감대를 일부 한정된 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 확장시켰다. 히식스의 이러한 성공은 멤버들의 탁월한 연주기량과 음악성이 든든한 백그라운드와 만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천에서 태어난 김홍탁은 차중락(보컬), 차도균(베이스 기타), 윤항기(드럼), 옥성빈(키보드)과 함께 우리나라 첫 그룹사운드로 꼽히는 ‘키보이스’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1968년 키보이스를 떠나 ‘히파이브’에 합류했다. 히파이브는 미8군 쇼 공급회사인 ‘화양’에 소속된 밴드 중에서 다섯 명을 뽑아 결성한 그룹이다. 이때 멤버는 신중현 밴드에서 활동하던 조용남(베이스)을 비롯해 실버코인즈(이후 영사운드)의 유영춘, 김치스의 한웅(보컬/키보드), 이인성 밴드의 한광수(기타), 그리고 김용호의 드럼등, 당시 미8군의 최고 실력자들만은 뽑아 만든 슈퍼그룹이었다. 이후 한광수가 군에 입대하면서 그 자리를 기타리스트 김홍탁이 맡게 되었다. 김홍탁은 키보이스가 스탠다드 록, 말하자면 비틀스(The Beatles)였다면 히파이브는 하드록, 지미 헨드릭스(Jim Hendrix)를 추구했다면서 히파이브를 통해 키보이스 시절 경험하지 못한 대중음악의 위력과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히파이브는 1년 여의 짧은 활동 기간에도 무려 다섯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초원>을 시작으로 <정 주고 내가 우네>, <메아리>, <헤이 주드>,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1970년 이틀 동안 코스모스 살롱에서 고별 공연을 갖고 4월 17일 시민회관쇼 무대를 마지막으로 해체되었다. 창립자 한웅이 미국으로 이민가고 리드보컬 유영춘이 그룹 ‘영사운드’를 만들어 독립했기 때문이다.
남은 멤버 3명(리드기타 김홍탁, 베이스 조용남, 드럼 김용호)은 2사람의 빈자리를 리드보컬 이영덕, 세컨드 기타 김용중으로 채우고 송인영 악단의 플루트 및 섹소폰 연주자 유상윤을 영입하여 6인조 라인업을 만든 게 히식스(He6)다. 팀 분위기를 새롭게 한 이들은 서울 이태원 미군 전용 세븐클럽을 주 무대로 활동했으며, 1970년 전국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최고상을 받고 수상기념으로 그랜드레코드공사를 통해 히식스의 1집 앨범을 발표하였다. 1집 발표 후 세컨드 기타 김용중은 재즈 뮤지션으로 변신해 탈퇴하고 그 자리에 한국 록 음악 역사상 최고의 보컬리스트중 하나인 ‘최헌’이 영입되어 히식스는 더욱 승승장구했다.
히식스는 팀을 재편한 뒤 발매한 첫 음반에서 타이틀곡 「초원의 사랑」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 노래는 이전에 발표한 「초원」 그리고 이후에 발표하는 「초원의 빛」과 함께 초원 시리즈로 불리는 히식스의 대표곡이다. 이들은 1970년과 71년,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플레이보이컵 쟁탈 보컬그룹 경연대회’에서 2회와 3회 연속 최우수상(대상)을 거머쥐는 등 명실공히 최고 그룹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이후 「초원의 빛」, 「물새의 노래」, 「당신은 몰라」, 「사랑의 상처」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최고의 그룹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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